담임목사 칼럼

백 년을 살아보니

백 년을 살아보니


올해 106세를 맞으신 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교수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분은 철학자이시지만, 또한 독실한 크리스천이십니다. 여러 책을 집필하셨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은 바로 《백 년을 살아보니》입니다. 이 책은 교수님이 9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인생을 돌이켜보며,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인가'를 담담하게 풀어낸 인생 지침서입니다.


책의 핵심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까지라는 점입니다. 책에서 교수님은 이 시기야 말로 비로소 '진짜 내 삶'을 살 수 있는 때라고 소개합니다. 정신적으로 가장 성숙하고 지혜가 깊어지는 시기이므로, 은퇴 후에도 공부와 취미, 사회 활동을 멈추지 말고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권면합니다.


둘째, 행복은 '인격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은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으며, 돈과 권력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인격이 넓고 깊은 사람일수록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여유롭고, 그 주변에 사람이 모여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셋째, 사랑을 위한 고생이 가장 의미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사회를 위해 사랑으로 감당한 고생은 시간이 흐른 뒤 인생을 가장 풍요롭게 만드는 아름다운 '열매'가 되어 돌아온다고 전합니다.


마지막 넷째로, 나이 들수록 갖춰야 할 삶의 태도를 몇 가지 제안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책을 읽어야 하고, 재물이나 자녀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하며, 건강을 위해 늘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함을 권면합니다.


최근에 우리 감사한인교회에 100세 생신을 맞으신 권사님이 계셔서 축하 심방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자리에 따님도 함께 예배를 드리셨는데, 따님의 연세도 이미 70세가 넘으셨습니다. 놀라운 것은 권사님의 등은 비록 굽어 지셨지만 여전히 총명하셨고, 생기가 넘치셨다는 점입니다. 드시는 약도 작은 용량의 혈압약이 전부이셨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권사님의 다른 형제분들은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권사님께 건강 비결을 여쭈어 보니, 소식(少食)하시는 생활습관이 전부라고 하셨습니다.


권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일제 강점기와 격동의 세월을 보내며 겪으셨던 여러 가지 고초를 듣게 되었습니다. 22살 나이에 노처녀로 낙인 찍혀, 혹시 전쟁터(정신대 등)에 끌려갈까 봐 나이 어린 고등학생 남편과 서둘러 강제 결혼을 해야 했던 일, 당시 여성들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할 실력이 있었으나 "여자는 공부하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고루한 사고방식 때문에 눈물로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던 억울한 상황, 그리고 집안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홀로 네 자녀를 키우며 눈물로 고생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권사님께서는 그 모진 세월을 그저 "모두 다 지나간 세월일 뿐"이라고 덤덤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으나, 크게 한 일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다”며 겸손해 하셨습니다. 연신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이렇게 하나님 믿고, 하나님의 은혜로 산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복이지”라며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제게는 권사님의 그 고백과 모습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무척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권사님께 위로와 축복의 말씀을 전해드렸습니다. “권사님, 권사님께서 예수님을 믿고 살아오신 인생은 결코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 아닙니다. 참으로 고귀하고 의미가 있으며, 하나님께서 낱낱이 기억하시는 인생입니다. 하나님께서 권사님의 지난 100년의 삶을 무척 기뻐하십니다.”


성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생의 모든 시기가 다 하나님의 은혜이며 황금기입니다. 또한 인생의 행복은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깊이에 비례합니다. 은혜를 더 깊이 깨달을 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하나님을 위해 헌신하고 수고한 일이야 말로 가장 보람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예배와 말씀, 기도와 선교 같은 영적 활동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영육 간에 강건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라 불리는 이 시대에, 단순히 '100세까지 오래 사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 하루를 살더라도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은혜의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감사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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