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낌

24 Mar 베낌

아는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원생 시절, 조교로 후배들의 시험을 감독하고 채점하는 일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후배들의 정직성을 테스트 하고 싶어서, 무감독으로 시험을 치겠다고 공고를 했다고 합니다. 시험 당일, 몰래, 학생들이 어떻게 시험을 치르고 있나 보러 갔더니 난리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 외에는 모두 앞 뒤 옆을 봐가며, 현란한 솜씨로 풀이 과정과 답을 베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채점을 했더니, 학생의 90퍼센트 이상이 90점 이상의 점수였습니다. 결국 재시험을 치겠다고 공고를 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지인은 학생들을 골려주기 위해, 재시험을 먼젓번 시험과 똑같이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문제를 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험 당일날, 시험 감독을 다섯 명이나 세워 커닝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시험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은 웃었습니다. 지난 번, 실수한 문제를 수정할 기회가 생겼으니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반대로, 불로소득을 얻으려 했던 학생들은 탄식을 했을 것입니다. 답은 기억나는데, 풀이과정은 기억나지 않았을테니 말입니다. 정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것입니다.

신앙은 베끼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신앙을 베끼는 일이 우리 가운데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명한 목회자의 설교를 듣거나, 특정한 신앙인의 간증을 듣는 것으로 마치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고난과 시험이 닥쳐오면, 우리는 영락없이 뒤통수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듭니다. 자신의 신앙이 얼마나 보잘 것 없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신앙은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이 있어야 하고, 끊임없는 순종과 헌신을 요구합니다. 말씀대로 순종하며 살다가 낙심하기도 하고, 섬기다가 시험에 들기도 하면서, 영적인 지식들을 체화시켜 가는 것입니다. 삶을 통해 깨달은 말씀과 간증들을 다른 이와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는 신앙의 모범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