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컬럼

피는 물보다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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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1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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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저는 연년생입니다. 형님이 2월생이라 학년은 두 학년 위였습니다. 그러나 연년생이다 보니, 어릴 적, 늘 서로 자주 다투곤 했었습니다. 형제라서 그런지 둘이 거의 서로 대화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일단 대화가 오고가면 서로 무시하거나 다퉜던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저희 둘은 앙숙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앙숙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경쟁관계였습니다.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그랬습니다. 형님은 공부를 참 잘했습니다. 중고등 학교 시절 시험을 치르면, 거의 한 문제도 틀리지 않는 그런 모범생이었습니다. 저도 나름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는데, 형님과 비교하면,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 저로 하여금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한 동기는 바로, 형이었습니다. 형보다 더 잘하고, 더 칭찬받기 위해 공부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 번도 형을 이겨보지는 못했습니다. 이러다보니 부모님도 형님에게 더 관심을 가지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저희 두 형제를 차별 없이 키우려고 애를 쓰셨습니다. 가끔 좋은 브랜드 옷을 사주실 때면 같은 모델의 재킷을 형님에게는 고동색, 제게는 군청색을 사주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형에 대한 말 못할 열등감이 있었던 저는 늘 부모님이 차별하시는 듯 보였고 항상 마음 한 켠에 섭섭함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형님과 저는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국에 유학을 온 뒤로는 거의 연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저희 둘 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해서인지, 철이 들어서 인지 모르지만 전에 없던 형제애가 생겼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은 미국에, 또 한 사람은 한국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데,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된 것입니다. 서로 힘들고 어려우면 의지하고, 격려하고, 축복하는 관계가 된 것입니다. 솔직히 카카오톡이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형님 생각하면 자랑스럽고 마음으로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형님도 마찬가지인 듯 보입니다. 이번 여름, 오랜만에 만나 열흘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만나서 신앙에 관한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형님, 괜찮을 거야 내가 기도할게.”“구목사, 잘하고 있잖아 걱정마 나도 기도할게.”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다보니 “형이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서로를 위한다면, 그것만큼 귀한 축복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보혈로 묶여진 형제자매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위하고 보듬고 협력하면 무척 행복합니다. 힘이 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그리스도의 피는 육신의 피보다 더 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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